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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43도 찍으면 ‘서프리카’라 써줄 건가요
서울이 43도 찍으면 ‘서프리카’라 써줄 건가요
[지역 기자의 시선]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ysu@idomin.com
입력 2026.08.08 08:30
수정 2026.08.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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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7월28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모니터에 경남 양산시 현재 기온이 39도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듭다. 진짜 듭다. 듭다고 난리다. 아주 아우성이다. 내가 사는 부산도 듭고, 직장이 있는 경남 창원도 듭다. 경상도가 통째로 다 듭다.
‘더워’는 금지다. 너무 애교스럽다. ‘덥다’도 별로다. 이불 덮는 것 같다. 덮긴 뭘 덮어?! 그런 어감이다. ‘듭다’가 진짜다. 발음 그대로를 쓴다면 ‘틉타’에 가깝다. 체념적 정서를 섞으면 ‘틉타하~’가 된다. 지금 조용히 ‘틉타하~’라고 해보자. 스울 기자들은 이게 뭔 소린고 싶을 거다. 요새 스울 기자들에게 괜히 좀 심통을 부리고 싶다. 아이고, 못난 마음이다.
경남 양산이 기어코 기록을 세웠다. 8월2일 낮 최고기온 42.5도. 대한민국 신기록이다. 5일 연속 40도를 돌파했다. 이것도 진기록이다.
나는 용감하게 양산으로 1박 2일 휴가를 갔다. 역발상이다. 아니, 솔직히 그냥 숙소를 못 구했다. 양산 촌캉스 숙소는 불과 사흘 전에도 예약이 됐다. 휴가날은 아마도 이틀째 40도를 찍었던 날이었을 것이다. 나는 민박집에 입성하자마자 드러누울 셈이었다. 민박집 사장님은 고단수였다. 숙소 문만 열어서 슬쩍 보여주더니 나를 트럭에 태웠다. 15분가량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사장님의 양산 마을 사랑은 가히 대단했다. 나는 “올해도 양산이 많이 듭다던데요”라고 운을 띄웠다. 사장님은 “요도 다 사람 사는뎁니더”라면서 “밤 되면 그런대로 선선합니더”라고 말했다.
양산이 더운 게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더운 게 추세다. 열돔 현상인지, 푄 현상인지 하는 그 이유다. 그게 올해 갑자기 그런 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듭다, 듭다 해도 그러려니 또 드븐가 보구나 하고 넘어갔다. 경남에서는 더 심각한 동네는 따로 있다. 사천, 고성, 하동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각각 한 명씩 발생했다. 온열질환자 수로 보면 지역별로는 거제가 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창원, 김해, 진주, 밀양이 뒤를 이었다.
휴가를 다녀오니 아침 편집국이 소란스러웠다. 3일 자 서울 조간 신문 1면에 양산이 쫙 깔렸다. 편집국장은 경남도민일보 신문을 흔들어 보였다. 르포가 안 보인다, 이 말이었다. 서울 기자들은 양산으로 출장을 왔다. 저마다 르포를 썼다. 그렇게 한바탕 휩쓸고 갔다. 기사는 내가 읽어 봐도 참 기막히게 잘 썼다. 국장이 한마디 할 만했다.
양산이 처음 40도를 돌파했을 때 연합뉴스 속보가 떴었다. 그때 국장이 주문했다. 생생한 현장 기사를 챙겨 보라고. 취재기자는 항변했다. 양산은 원래 더운 도시라고. 처음 40도가 돌파했을 때는 그 항변이 먹혔다. 문제는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연속 40도를 돌파해 버린 것이다. 마침내 한국 신기록을 찍으면서 사달이 났다. 정작 취재 기자들이 르포를 썼던 함안, 하동 등 군지역 곳곳은 최고기온 부문에서 은메달, 동메달, 4등, 5등, 6등으로 밀려났다. 인명, 재산 피해가 우려됐던 군 지역 농어촌들이다.
양산은 영남권 폭염의 화신으로 등극했다. 어느 언론은 ‘양프리카’라고 썼다. 기막힌 제목이다.이제 더위가 서울로 간다고 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서울이 만약 43도를 찍는다면 어떨까. 서프리카, 서울프리카라고 쓸까. 괜히 심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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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42.5도를 기록한 8월2일 오후 양산시 양산남부시장에서 한 상인이 부채질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아는 양산 사람들은 수줍은 구석이 있다. 누가 어디 사느냐 물으면 말을 얼버무린다. 입을 움찔움찔하다가 “저, 부산 옆에요” 이러는 사람들이다. (양산 물금신도시에 살면 물금에 산다고 말한다.) 지금 쓰다 보니 수줍은 게 아니라 체념적인 것 같다. 양산이라고 말해 봐야 어디인지 재차 설명해야 한다. 부산 옆이라고. 스울 사람들은 양산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어쩔 수가 없다.
서울 주요 일간지는 전국지를 지향한다. 전국 각지의 소식을 살뜰히 챙기진 못한다. 전국의 시민들이 모두 궁금할 소식을 쓴다. 42.5도는 확실히 서프라이즈하다. 그런 소식이다. 매년 여름 듭다고 지역신문이 써 온 건 추세였다. 42.5도는 유별나게 튀는 결과값이다. 그제야 하루 반짝 주목받는다. 그러고는 또 조용해질 거다. 그냥 좀 심통이 난다. 옹졸해도 어쩔 수가 없다. 스울 기자들은 모르게 한숨 한번 쉬어야겠다. 틉타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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