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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광장-관계성범죄]③ “피해자 죽음 막으려면 범정부적 대책 必”

📰 원문: https://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23846  |  발행: Mon, 29 Jun 2026 09:04:00 +0900
📰 원문 출처: https://www.news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23846
수집 일시: 2026년 09월 15일 03:43

2026-09-15 12:4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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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광장-관계성범죄]③ “피해자 죽음 막으려면 범정부적 대책 必”

[소통광장-관계성범죄]③ “피해자 죽음 막으려면 범정부적 대책 必”

입력 2026.06.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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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인터뷰

신고했어도 살해된 피해자 최소 86명

현행 ‘임시조치 5호’ 적극 적용 촉구

“성차별 커지면 ‘관계성범죄’ 증가해”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 범죄는 유형 구분과 분류가 모호하다. 사건 하나에 여러 유형의 범죄가 혼합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용어들은 혼재돼 있고, 용어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다. <뉴스포스트>는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 범죄 중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밀한 관계’ 또는 ‘아는 사이’인 사건들을 다룰 예정이다. 용어는 경찰청과 성평등가족부가 사용하는 ‘관계성 범죄’로 통칭하겠다. ‘가정폭력’과 ‘교제(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이 ‘관계성 범죄’에 해당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된 이제(활동명)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가 여성살해 및 여성폭력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제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친밀한 또는 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신체적·경제적 등 모든 종류의 폭력을 일명 ‘관계성 범죄’라고 부른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인 반면, 가해자는 남성이 많다. 경찰청과 성평등가족부 등 정부 기관은 ‘가정폭력’, ‘교제(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을 ‘관계성 범죄’로 분류해 대응하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계에서는 국가보다 먼저 ‘관계성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촉구해 왔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한 ‘친밀한 관계 폭력 처벌법’ 입법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법의 목적을 ‘가정 유지’에서 ‘피해자 인권 보장’으로 바꾸고,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을 처벌할 수 있도록 고치자는 것이다.

여성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제22대 국회에서는 현재까지 총 3개의 ‘가정폭력처벌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됐다. 모두 ‘친밀한 관계 폭력 처벌법’의 취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산적한 정치적 현안들에 가로막히면서 어느 하나도 소관상임위원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잠자는 사이 ‘관계성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이제(활동명) 씨는 지난 5일 서울 은평구에서 진행된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관계성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스토킹처벌법’과 ‘가정폭력처벌법’, ‘형법’ 등 현행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세계여성의 날에 발표하는 ‘분노의 게이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여성폭력 사건 중 경찰 신고 및 보호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살해된 피해자는 지난해에만 86명을 기록했다. 전체 피해자 중 12.8% 수치다. 피해자가 위협을 느끼고 국가의 개입을 요청했는데도, 국가는 최소 86명의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씨는 “12.8%는 절대로 작은 수치가 아니다. 범죄의 특성상 신고가 어렵고, 신고한다고 해도 기소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용기를 내 국가의 개입을 요청했지만, 국가는 피해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현존하고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에는 판사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6단계의 임시조치를 내릴 수 있다. 임시조치 항목은 다음과 같다. ▲ 1호: 주거 퇴거 ▲ 2호: 100m 이내 접근 금지 ▲ 3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 4호: 의료기관 및 요양소 위탁 ▲ 5호: 경찰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 6호: 상담 위탁이다. 여기서 가장 강력한 임시조치는 가해자의 구금까지 가능한 5호다.

경찰이 가정폭력으로 임시조치를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5849건이다. 법원은 전체 신청 건수 중 79%인 4623건을 승인했다. 가장 강력한 보호 조치인 임시조치 5호는 경찰의 신청 건수 자체가 493건으로, 전체의 8%에 불과했다. 법원의 승인 건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7건(46%)이었다.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분노의 게이지’ 통계 보고서에서는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살해 당한 여성의 수가 집계 됐다. (표=한국여성의전화 제공)

이제 씨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경찰이 임시조치를 신청한다고 해도, 법원이 승인한 건수는 79%에 그친다. 승인된 임시조치 중 대다수는 접근 금지와 같은 제한적인 조치에 머무르고 있다”며 “가장 강력한 조치인 임시조치 5호는 전체 신청 건수에 대비해 8%에 불과하고, 법원의 승인 건수는 46%다. 전체 법원 승인 건수 79%에도 한참 못 미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 사건에서 경찰의 임시조치 신청과 법원의 승인 자체도 많지 않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정확히 분리할 수 있는, 가해자를 유치할 수 있는 조치는 현장에서 극히 드물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현행법에서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관계성 범죄’ 피해를 당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가해자가 ‘사랑’이라고 우겨도,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다. 그 어떤 것도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피해자 지원 단체 등에 꼭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성차별 사회서 ‘관계성 범죄’ 움튼다

현행법 체계에도 ‘관계성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부 조치들이 있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행법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피해 사례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제 씨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이 ‘관계성 범죄’ 문제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씨는 ‘관계성 범죄’에 대해 “가해자의 일탈이나, 개인의 정신적 문제, 피해자의 불운 등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구조적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관계성 범죄’가) 발생·강화하지 않았는지 전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성 범죄’ 관련 국가 기관의 통계는 성평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5년 여성폭력통계’ 보고서에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친밀한 관계 폭력 범죄’라는 명칭으로 통계가 집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친밀한 관계 폭력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6만 2692명이다. 이듬해에는 5만 7973명으로, 1년 새 소폭 감소했다. 이제 씨는 2023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UN)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이 2023년 6월 발간한 ‘2023 성평등지수(GSNI

)’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성평등 인식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총 38개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인식을 조사한 결과 ‘성 편견이 가장 악화한 국가’에 칠레, 멕시코, 러시아, 키르기즈스탄과 함께 한국이 꼽혔다. 반면 독일과 스웨덴, 우르과이, 뉴질랜드 등은 성평등 인식이 개선됐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GSNI는 정치, 교육, 경제, 신체결정권 등 4개 측면에서 남성이 우월하다는 편견이 어느 정도로 고착화돼 있는지를 인구 비율로 수치화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남성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인구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이제 씨는 “2023년 당시 국내에서는 성평등 문제를 부정한 정권이 출범한 상태였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한 정부가 집권한 점이 GSNI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제 씨는 “탄핵 이후 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성평등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확대·개편됐고, 후퇴한 성평등 인식도 다시 개선해나가고 있다”면서도 “‘역차별 해소’가 성평등 정책의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등 현 정부 역시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이해나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계성 범죄’ 문제는) 진공 속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문화의 맥락 안에 있다. 입법권자는 물론 피해자들이 사법 절차 안에서 만나는 경찰과 검찰, 재판관 모두 우리와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서 “이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과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계성 범죄’ 문제 해결 방안에 우선순위가 따로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제 씨는 말했다. ▲ ‘친밀한 관계 폭력 처벌법’ 입법 ▲ 경찰 등 수사 기관의 적절한 대처 ▲ 가해자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 ▲ 시민 인식 개선 및 교육 등은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정부 수준의 종합 대책이 이뤄져야 ‘관계성 범죄’ 문제를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이제 씨의 주장이다.

이제 씨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순위를 매기기가 너무 어렵다. 모두 다 너무 중요하다. 법 개정과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 수사·사법 기관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적절한 교육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범정부적 대책이 필요하다. 범정부 종합 대책을 위한 충분한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광장-관계성범죄]② “데이트폭력 막으려면 ‘가정폭력처벌법’ 뜯어고쳐야”

[소통광장-관계성범죄]① 사후약방문 대책…여성의 죽음은 반복됐다

또 스토킹 살인 발생…여성단체, 규탄 성명 발표

[소통광장-관계성범죄]④ ‘여성 죽음’ 막기 위한 해외 선진국의 노력은?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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