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일시: 2026년 09월 08일 00:38
“한국 자원 투입 기다리고 있다”…美 ‘파병 압박’ 거세지는데 격화하는 중동 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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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백악관이 6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원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트럼프는 이미 한국이 이란전쟁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진행되고 있던 연합훈련까지 축소시켰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모리스운에 위치한 모리스운 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 상황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란은 한국이 파병할 경우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중동 내 군사 및 민간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며 위협했다. 트럼프의 압박에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韓 지원 기다려”…내각서도 공개 요구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 “우리는 한국의 역내(중동)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만만의 이란 자스크 해안에서 미군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스타크 1호’를 공격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X 캡처 제공, AFP=연합뉴스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는 한국이 지원을 하지 않으면 미국도 동맹을 돕지 않을 거란 뜻이 반영된 말로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이 이란전쟁을 돕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기억해두겠다”고 ‘뒤끝’을 남겼다.
지난 4일 미 국방부는 ‘한국 정부가 군수지원함과 비전투 전력의 파견을 검토하는 것이 충분한지’를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잠재적 파병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백악관의 입장은 국방부보다 압박 수위를 높인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CNN·ABC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 작전이 ‘뉴노멀’이 된 것이냐는 질문에 “오늘 현재는 그렇다”며 “앞으로를 내다보면 다른 국가들도 와서 이 노력에 우리와 함께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3일 태국 촌부리 주에 정박 중인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 로이터=연합뉴스
라이트는 이란과의 핵합의에 대해서도 “합의가 없을 수도, 단순히 핵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며 “(합의가)차기 정부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화할 수 있는 호르무즈에서의 군사 작전에 동맹국들이 조속히 참여하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것이 미국만의 책임이 돼선 안 되고, 세계 무역은 중요하다”며 해당 사안을 무역과 연계할 뜻까지 내비쳤다.
중동 상황 격화…“파병시 적으로 간주”
이란전쟁 지원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군함과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을 주고받으며 보복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시간 2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미국에 대한 공격을 시사하는 내용의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특히 이날 국영 IRIB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일 내에 호르무즈해협 외곽에 통제 구역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며 “(통제구역은)미 해군이 설정한 봉쇄선에서 페르시아만 일대 해역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그나마 그간 미국과의 협상을 벌어왔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역시 “비례적 대응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란의 이익과 안보를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더 빠르고, 무겁고, 고통스러운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일 미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민가. 해당 주택에서는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고, 당시 공습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4명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한국을 특정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란 핵 협상팀의 고문을 지낸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는 레바논의 친(親)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파병할 경우 이란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페르시아만에 있는 한국의 경제 및 군사적 자산을 공격하겠다”며 “공격 목표가 반드시 군사 시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파병할 경우 중동에 위치한 한국 기업의 사업장을 포함한 민간 자산을 향한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7일엔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X(옛 트위터) 계정에 한글로 된 경고 입장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며 “이란은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이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공격적인 행위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으며, 여성과 아동을 겨냥한 미국의 전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거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국가는 침략 가해자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바가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호르무즈해협을 배경으로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라는 한글 메시지가 담긴 경고 이미지도 함께 공유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 계정에 한글로 된 경고 입장문을 게시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고심하는 한국을 향해 경고한 것이다. 그는 호르무즈해협을 배경으로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라는 한글 메시지가 담긴 경고 이미지도 함께 공유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개방 놓고 설전…예멘선 사망자 속출
트럼프는 호르무즈해협에 설치됐던 이란의 기뢰가 모두 제거됐고, 미군의 호위 작전으로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가 전쟁 이전 상태를 거의 회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트 장관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주 초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18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했다”며 “해상을 통해 매일 900만 배럴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400만~500만 배럴이 운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시간 6일 이란 반다르압바스 앞바다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해 있는 상선들 위로 해가 지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이러한 주장이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자 “추측이 아닌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반면 이란 측은 호르무즈해협이 열려 있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현재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란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민간 업체들은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량은 전쟁 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해운 분석업체 탱커트래커스닷컴에 따르면 최근 7일간 호르무즈를 지난 원유는 하루 평균 670만 배럴로, 이는 2월 말 전쟁 시작 전보다 약 60% 적다.
이런 가운데 예멘에서는 예멘 정부군이 친이란 반군 후티와 충돌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는 정부군이 장악한 도시 타이즈에 있는 버스 피격으로 사망한 민간인 6명이 포함돼 있다고 AFP가 전했다. 전날에도 예멘에서 발생한 충돌로 129명이 사망했다. 이틀에 걸쳐 발생한 사망자가 200명이 넘는다.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이 이동하고 있다. 예멘에서 발생한 정부군과 후티 반군의 충돌로 이틀간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AFP=연합뉴스
후티 반군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요충지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역으로 진격하려는 태세다. 호르무즈에 이어 중동 내 국제 물류의 또 다른 ‘급소’까지 위협에 노출될 경우 원유 공급과 관련한 차질과 이로 인한 파병 압력도 보다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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